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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하나를 더한 차이
200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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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하나를 더한 차이

휴대전화 번호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맨 앞부분 세 숫자는 서비스 업체를 나타내고
가운데 부분은 세 자리 또는 네 자리 숫자로 되어있다.
끝부분은 소유자가 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하나 같이 숫자가 넷이다.
이제 신규전화는 앞자리가 모두 010 이고
가운데 부분도 숫자가 하나 늘어 모두 열한 개 숫자이다.
내 전화번호는 아직 가운데가 세 자리여서 숫자가 모두 열개다.

나는 보일러 아저씨냐고 묻는 전화를 종종 받는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바뀌는 시절에는
화급한 목소리로 때론 짜증난 목소리로 왜 안 오느냐는
다그치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전화를 걸어 온 분은 대개 오륙십 대로 추정되는 여성이고
가끔 그 연령 대 남성도 있다. 다짜고짜 자기 이야기만 하는
투박하고 삶에 지친 듯한 목소리의 소유자 들이다.

이런 전화로부터 나는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곤 한다.
생명의 강한 필요를 느끼기도 한다.
보일러 아저씨를 찾는 목소리에서 고단한 삶의 여정을 엿보기도 한다.
추측 건데 이 의문의 보일러 아저씨는 분당이나 그 부근의 경기도 일원에
거주하는 것 같다. 그의 전화번호는 내 전화번호 끝에 숫자 하나를
더한 번호라서, 마지막 숫자까지 일정한 속도로
누르지 않으면 그 전화는 어김없이 나에게 걸려 온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식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한 여름이 시작되려는 7월 9일 이다.
예보된 강우는 집중폭우가 되어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내렸다.
강우강도에 대한 실제의 느낌도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때가 아닌데 정오쯤에 바로 ‘그’ 전화가 걸려 왔다. 여인이었다.
아니라는 말에 ‘이상하네?’ 하고 중얼거리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 여인이 오늘 보일러 아저씨를 찾는 이유를 알만하였다.
연륜이 생산해내는 어쩔 수 없는 육신의 요구가 있었던 같다.
고장 난 그 집 보일러가 빨리 수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2009.07.09. ㄱㅅ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