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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공간, 인프라 자원(資源)의 보고(寶庫)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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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지하공간도 활용하자.

도시가 커지면 거주할 공간을 더 필요로 한다. 바다를 메워 공간을 넓히고, 빌딩을 고층으로 지어 공간을 늘리기도 한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지하에도 다양한 모양과 용도의 공간을 만듦으로 지상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세 가지 방법으로 도시는 부족한 공간을 마련하며 발전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공간을 창출하고 재배치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울시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도시로 발전해 온 모습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서울 시계(市界)는 1963년에 뼈대를 갖추고 1973년의 소규모 편입을 끝으로 50년 가까이 변화를 겪지 않았다. 60년대 초반의 서울 인구가 250만 명 정도였으니 면적은 그대로인 채 인구가 4배로 늘어난 셈이다. 90년대 초까지, 무려 8백만 명이 증가한 것은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기에 위성도시들이 서울 주변에 발달하며 국민 절반이 거주하는 거대 수도권을 형성했다. 이런 인구 밀집은 교통인프라 공간의 확장을 가져왔다.

서울은 산과 강이 아우르는 수려한 경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주거 공간 확장을 계획적으로 제한 할 수밖에 없었다. 여건상 지상에 교통인프라 공간을 넓히는 것에 한계가 오자, 자연스레 지하 공간에 관한 관심이 대두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은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잇는 터널로 1974년에 개통했다. 런던 지하철이 세계 최초로 개통된 후 111년 만에 등장한 국내 최초의 지하철이자 우리나라에 지하 공간의 새 시대를 열어준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들여다보면 서울지하철은 3개의 패키지로 나누어 노선을 9호선까지 늘리며 서울과 수도권을 터널로 연결하는 거대교통망으로 성장했다. 공항과 서울 외곽을 잇는 국철과 경량 지하철이 더해졌지만, 아직 수도권 시민이 원하는 교통인프라 서비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하 50m 하부 수도권 땅속을 고속으로 달릴 GTX (Greate Trrain Express) 망을 개통하면 서비스 수준은 확실히 나아질 것이다. 나아가 UAM (Urban Air Mobility)도 현실화되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지하 공간과 지상 공간이 소통하며 마주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인프라 자원(資源)의 보고(寶庫)인 지하 공간은 서울이나 수도권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받치고 있는 숨은 일꾼이다. 상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도로, 철로 등과 같은 도시의 혈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기지이다. 이 때문에 아끼며 신중하게 개발해야 하고, 공익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하고 보완해야 한다. 지하 공간은 지상 공간보다 재배치하는 일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따라서 개발에 앞서 광범위하고 장기 안목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큰 그림을 토대로 지하 공간을 개발한다면, 비효율성, 불합리성 그리고 비경제성 요소는 줄이고 안전성 요소는 키울 수 있다.

서울시의 행정구역을 재편하는 메가시티 구상이 부상하고 있다. 차제에 수도권 지하 공간 활용에 관한 종합적인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 지상 공간과 지하 공간이 입체적으로 연결된 메가시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상에서 지역의 용도를 구분하고 스카이라인을 두 듯, 지하 영역도 용도를 설정하고 ‘어스라인’을 두어야 한다. 지속가능하며 쾌적하고 안전한 메가 시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하 공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하 공간이 메가시티 담론에서 함께 다뤄져야 할 이유다.

(매일경제, 2023-12-07 (목) A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