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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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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

하이브리드 (hybrid)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언어입니다.
옥스퍼드 언어 사전은 서로 다른 종간의 교배에 의한
자식 세대 (F1)의 식물이나 동물을 (the offspring of two plants
or animals of different species) 일컫는다고 풀이합니다.
이른바 두 유전자가 섞여서 빚어낸, 두 부모 세대 (F)의 특징을
닮은 후세입니다.

오늘날 의미가 확장되어 다른 두 요소 (element)을 혼합한
작품, 물건 또는 개체나 기관 등을 칭하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애니메이션과 액션을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영화 (hybrid film)’가
그런 것입니다. 하이브리드라는 낱말에 금메달을 걸어 주고
왕관을 씌워준 것은 아무래도 화석 연료와 전기 에너지로 달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hybrid car)’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의미의 확장은 한국어에서도 나타납니다.
한국어에 영어가 섞인 이른바 “하이브리드 한국어(?)”가 그것입니다.
지상(紙上) 이나 공영 TV방송에도 가끔 등장합니다.
캠페인 표어 ‘세이브 종이’, ‘전기 오프’, 등이 그것들입니다.
‘파킹 통장’은 어떻습니까? “일잘러 (일 잘하는 사람)”
“일못러 (일 못하는 사람)”는 하이브리드 한국어의 절정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 지인이 서울 거리의 간판과
음식점 메뉴들이 영어로 쓰인 것이 많아 놀랐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영어는 한국어 권에서 꾸준히 세(勢)를 키워 왔습니다.
공용어인 이 언어의 확산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거나 배우려는
외국인 수도 급속히 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글날이 공휴일로 다가옵니다. 공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한글에 우리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미가 분명하고 쉬운 우리말 낱말을 도외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울러 우리말에 다른 언어를 결합하여 하이브리드화 하는 것도
언어의 생성, 발전, 소멸의 선순환 속에서
넉넉히 수용하고 인정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세련되게 보이고 싶다.’
‘평범한 것은 싫다.’ ‘차별과 다름을 원한다.’, ‘보여주고 싶다.’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한국어가 무분별하게 생성되고 확산 된다면
이를 새로움과 변화를 추앙하는 시대적 요구로 갈음하며
그냥 넘기기엔 왠지 찜찜합니다. 닫힌 생각일까요?

2023년은,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는, 우리의 자랑
훈민정음이 창제 된지 58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를 우리로 동여매며 함께 한 세월입니다.
500년을 내다보며, 한국어가 영어처럼 쓰이는 날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기대를 멈출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기다림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라는 소원만 있을 뿐입니다.

2023년 한글날 즈음에..... (20231002 srKim)

주) ‘하이브리드 한국어’는 필자의 자의적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