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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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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依舊)

십대를 거치며 기억하게 된 시조가 있습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조선이 건국 된 후에도 고려에 대한 충절이 컸다고 알려진
학자 길재의 회한과 안타까움이 흠뻑 담긴 시조입니다.

이로부터 500년을 훌쩍 넘긴 1930년대 초
이은상의 시조시 ‘옛 동산에 올라’에
홍난파가 곡조를 붙임으로 불멸의 가곡이 탄생했습니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지팡이 도루 집고 산기슭 돌아서니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높이의 높고 낮음과는 관계없이
시야가 확 트이는 봉우리에 서게 되면 한번 쯤 불러봄직한
우리의 가곡, 옛 동산에 올라, 의 가사입니다.

530여 년의 간격이 있는 두 시조에 ^산천의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자연경관이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한 분은 그렇다, 또 한 분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같은 표현 같습니다. 시선의 방향과 시간의 축척에 다름이 있을 뿐입니다.

이은상 시인이 말한 옛 시인이 길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절에는 늘 지나 온 흔적을 돌아보게 됩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닙니다.

내가 느끼는 것 중에서 ‘의구(依舊)’한 것은 오로지 시간뿐입니다.
시간이 영면하는 그곳, 곧 영원(eternity)........
영원만이 의구한 것일 것입니다.
(20220928,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