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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백서출간을 축하하며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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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 창립 30주년 백서 출간에 부쳐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창립 30주년을 축하합니다. 이를 기념하는 발간물의 취지에 맞춰 여기에 소회를 몇 자 적습니다. 우리학회는 1992년 하반기에 대한터널협회로 발족하여 이듬해 2월 정부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후 30년 동안 양과 질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터널설계기준과 터널표준시방서를 관리하고 개정하는 주체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국제터널지하공간학회(ITA-AITES)의 회원국회원의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 우리학회의 위상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걸어온 지난 30년의 과정을 정리하여 묶는 데는 많은 지면과 적지 않은 노력을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그 걸음 중에 있는 발자국 한 조각을 기술함으로써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터널공사시방서는 1975년에 처음 제정되었습니다. 그 후 1986년 4월 ‘터널공사표준시방서(건설부 제정)’라는 제목으로 1차 개정본이 발간되었습니다. 제작과 배부는 ‘건설기술연구회’가 맡았었습니다. 이 시방서는 총론, 계획(조사포함), 설계, 시공, 특수원지반의 터널 및 사갱⦁수직갱이라는 제목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시방본문에 대한 해설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NATM설계⦁시공지침’을 부록으로 실었는데 그 분량이 시방서 511쪽 중 무려 214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개정내용으로 1)계획편에 노선계획과 공사계획을 2)설계편에 하중, 동바리공을 3)시공편에 안전위생, 기계굴착 등을 추가하고 사용하지 않는 목재지주식 동바리공을 삭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개정에서 특수원지반의 터널, 사갱과 수직갱 관련 내용을 새로운 시방으로 편제하였지만 NATM공법은 설계시공지침으로 부록에 수록하여 참고하도록 하였습니다.

1차 개정 시방서가 발간되었을 때만하여도, NATM공법을 적용하여 서울지하철 3,4호선 도심부 저 토피 연약지반에서의 터널시공을 완료한 시기였습니다. 더욱이 ‘서울지하철 3,4호선 NATM기술성과보고서(A팀(대우엔지니어링), B팀(신한엔지니어링), 1983년 12월)’도 발간되어 공법의 우수성이 입증 되었다고 할 수 있었으나 공법 관련 내용을 터널공사표준시방서의 시방으로는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선진국의 시방서 또는 이를 토대로 작성된 지침서를 준용하는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0년이 경과한 1996년 우리학회는 터널표준시방서의 체계와 내용을 큰 폭으로 변경하고 개정하였습니다. 이 개정 작업은 우리나라 터널기술의 발전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의 개정본이 지금의 터널표준시방서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부연하면 해설부분을 다듬고 보완하여 시방서 본문으로 채택한 것과 부록에 수록된 ‘NATM설계시공지침’을 본문에 흡수시킴으로써 독자적인 형태의 터널표준시방서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성과였습니다. 2차 개정에서 ‘TBM과 실드터널 시공지침’을 부록으로 수용하였습니다. 설계관련 기준은 여전히 시방서 내에 존치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집필진으로 참여하여 늦은 시각까지 정성을 쏟으며 한 단어, 한 문장을 놓치지 않고 다듬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3년 후인 1999년, 국가 표준의 체계를 정비하는 정책에 따라, 터널표준시방서도 구성체계(번호체계 포함)가 다시 변경되었습니다. 이때 설계관련 기준내용을 별도로 분리하여 터널설계기준으로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 두 번(2009, 2015년)의 추가 개정보완 작업을 거쳐 지금의 터널표준시방서와 터널설계기준이 되었습니다.

한편 NATM공법은, 그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우리나라의 주된 터널공법으로 빠르게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발주기관의 의지가 이를 뒷받침하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이 공법을 성공으로 이끈 우리 터널기술인의 열정과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이 공법이 도입되었던 초기에는 설계자가 시공을 감리하며 터널굴착이 수반하는 지반거동을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지반조건에 적합하도록 설계(대응법)를 변경하였습니다. 기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의 순기능은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역기능은 퇴보로 이어집니다. 성공이 안일함을 낳은 탓일까요? 작금의 터널기술은 기술의 장점이 발현되도록 각 요소들을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조합하고 변경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걸어온 연륜만큼 비례하여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치 선진국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터널공법의 중심이 기계화터널공법(mechanized tunnelling method)으로 옮겨가고 있는 변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기계화터널공법도 어느 시점에 이르면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에 기계화터널공법이 주된 공법으로 자리매김 된다 할지라도 지금 우리가 주로 활용하고 있는 터널공법(conventional tunnelling method)이 완전히 자리를 감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 공법이 공존하며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해나가는 지하공간개발 기술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명칭으로부터 어떤 단체나 기관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학회는 명칭을 대한터널협회, 한국터널공학회를 거쳐 2011년에 지금의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로 변경하였습니다. 따라서 명칭에 걸맞도록 지평을 열어갈 때 질(quality)을 우선하면서 발전시키고 다음으로 양(quantity)을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지하공간은 자체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resources)입니다. 우리학회는 터널공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른 용도의 지하공간분야도 힘써 보듬어야 합니다.

필자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해에 우리학회가 발족되었기 때문에 지난 30년을 오롯이 학회와 함께한 셈입니다. 누군가 학회가 힘써 이루어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함 없이 ‘우리학회가 터널지하공간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학회로 인정받는 것’ 이라고 말 할 것입니다. 우리학회의 견해를 우선하여 듣고 싶어 하고 제시한 의견이 최고로 존중받는 학회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연륜과 인지성을 중시하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학회가 탁월한 성과를 지속해서 생산한다면 연륜의 차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회원들이 마음을 합하여 학회의 전문성을 지켜냈을 때 이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교훈을 새기고자 의도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 백서가 우리학회의 향후 30년의 발전에 기여하는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회원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힘입어 타 학회보다 탁월한 전문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학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학회 발전을 위해 여러 모양으로 애쓰신 모든 터널인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제9대 회장 김승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