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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구삼구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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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구삼구

리우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던
지난 8월 8일 양곤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기부강연을 떠나는 여정이었습니다.
출국장이 번잡하다는 소문(?) 때문에 여느 때 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 도착해
꽤 긴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야했습니다. 초행인 연유였을까요?
기대의 등성이와 무료함의 골짜기를 오르락내리락 했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열망과 계획 그리고 시행과 결과로 이어지는 트랙을 돌고 또 돌면서
긴장의 화로에 열정이라는 땔감을 태워 동력을 공급 받곤 합니다.

리우올림픽에 걸려 있는 국가적 열망은 10-10이라는 숫자로 함축되었습니다.
‘10개 금메달, 10위권 진입’ 이라는 목표를 세운 선수단에는 메달후보선수 보다
그 반열에 오르지 못한 선수의 수가 더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단은 마치
기대를 받는 마음과 그렇지 못한 마음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이루어낸 금메달드라마는 반전이 있어 신선함을 더합니다.
올림픽금메달리스트가 된다는 것; “지구상에 그를 이기는 자 없다”고 공인 받는 것;
세계최고라는 찬사보다 더 최고의 찬사는 없을 것입니다. 금메달 자체를
인생의 전부로 삼을 수는 없을 것임에도 그것을 열망하게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최고를 향한 질긴 열망, 비교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열정은
우리의 삶이 안녕과 평화의 숲에 머물며 그 깊이와 너비를 한껏 향유하는 것을
시샘이나 하듯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내 몰곤 합니다.
최고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동일한 형태로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는 최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는 한 진정한 즐김은 자취조차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YTU(Yangon Technological University)는 미얀마 최고의 공학대학입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친절과 밝음이 어려 있었습니다.
11년 동안이나 강제 폐교되었던 대학이었다는 흔적도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에 있어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지르는 것 같았습니다. 공학대학이어서 일까요?
UCSY(University of Computer Studies, Yangon)는 여학생 비율이 70%였습니다.
Kyaw교수는 Yangon의 ‘Yan’은 적(enemy)를 ‘gon’은 없다(empty)를
의미하는 미얀마 언어의 합성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교수의 장황하고 해박한 역사적 배경설명 속에서도 또 다른 열망이 보였습니다.

양곤에 머무르는 6일 동안 열망과 열정이라는 두 언어 사이를 내왕하며
세상은 자꾸 작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진해지며, 미얀마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습니다.
리우올림픽을 향한 양곤의 관심은 마치 열망의 돛을 내리기라도 한 듯 고요했습니다.
긴장이 없는 일상, 사람과 차량이 공유한 무질서 속의 도로질서, 정적 분주함.....
하나의 메달이 없어서 78개 메달국에 속하지 못한 나라, 미얀마!
밤을 낮으로 사는 열기, 열광, 고대하는 메달소식, 짜릿한 환호..... 국민적 관심.
대한민국과 미얀마를 잇는
두 현상이 선명하게 마주하고 있는 것은 열정과 열정의 ‘대비’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열정이 하나로 동일하게 수렴하지 않는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금9, 은3, 동9; 금메달기준 종합순위 8위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구삼구(9,3,9)!는 대단한 성과입니다.
기대의 가마솥에 흘린 땀을 쏟아 붓고 열정을 연료삼아 수년간 졸이고 졸여서
마침내 얻어 낸 소중한 열매입니다.
그러나 이 열매가 마음에 풍요를 선사하는 유일한 수단은 될 수 없었습니다.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는 길이 메달로만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노메달 모습에도 아름다움의 풍요가 있었습니다.
비우고 내려놓는 삶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리우올림픽을 갈무리했습니다.
(2016. 0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