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나의 생각, 나의 삶
 
 
   
 
양재대로 유감
2009-07-06
2,155
양재대로 유감

양재대로는
염곡교차로와 수서교차로를 연결하는 8차선 도로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최소한 85년 8월까지는 없었던 도로입니다.
91년 말 귀국하여 보니 제가 살았던 아파트단지에서 대모산으로
바로 연결된 오솔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름도 생소한 양재대로가 가로질러 놓여 있었습니다.
양재대로가 아파트단지에서 대모산을 밀쳐낸 것입니다.

양재대로에는 양쪽의 보도와 중앙분리대에 은행나무가 심겨져 있었습니다.
이 은행나무들은 수령이 적어도 20년은 넘었을 것입니다.
봄에는 연한 입을 순식간에 내밀어 푸르게 옷 입고
때가 차오르면
은행을 꾸러미로 주렁주렁 매달았다가 가을이 오면
걸쳤던 노오란 갑옷을 서둘러 벗어 던지곤 하였습니다.
은행나무들은 제 출퇴근길의 길동무였습니다.

대로를 따라 주욱 도열해 있는 세줄기의 은행나무 열은
양재대로의 명물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황량한 도로의 그늘이며, 쉼터이고 운전자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중앙분리대의 은행나무들은
잘려나간 대모산의 옷자락을 애써 이어가려는 눈물어린 몸부림이었고
새로운 환경의 조성이며 수호의 마지막 열정이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양재대로 이상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자동차 소통이 지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앙분리대에 심겨진 은행나무 철거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연유였습니다.
은행나무가 뽑혀져야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흔하디흔한 환경보존의 목소리는 다 어디에 있는지
도롱뇽을 걱정했던 그 처절한 양심들은 어느 메 잠들어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 이었습니다.

양재대로의 유감은 형평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은행나무 철거에 대한 아무 말 없음은
빈번하게 울려 퍼진 환경보존 목소리의 정체에 물음표를
가만히 올려놓았습니다.
(2009. 07. 06. ㄱㅅ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