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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뒤에서 더 반짝이는 것들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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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뒤에서 더 반짝거리는 것들

2018년 2월 12일 현재 잘 살고 있거나 여유가 있는 세계인들의 눈과 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다. 각 나라 선수들이 그동안 쌓아 온 자신들의 기량을 겨루고 있는 이번 지구촌 동계스포츠축제는 참가국과 선수의 수에서 역대최대규모가 되었다고 한다. 1950년대 초에 발발했던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국토전체가 폐허로 변했던 우리나라가 88하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되었으니 국민으로선 긍지를 갖기에 충분하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76억 지구촌 인구 중에는 이런 축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마도 관심이 있는 사람의 수보다 관심이 없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을 것이다. 전쟁의 공포와 굶주림, 억압과 핍박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올림픽이 관심꺼리가 될 리 만무하니 세상은 공평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지구촌이 가까워져 있는데도 우리 곁에는 너무나 멀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이웃집처럼 빠르게 드나들며 교류할 수 있는 것은 비행이라는 이동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선수들과 그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관광객들까지, 물론 특수한 상황 아래 있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행기를 타고 왔다. 금속덩어리로 이루어진 자신의 육중한 몸체에 필요한 연료를 채우고 사람, 짐, 물과 음식 등을 실어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라 새처럼 날아가서 보이지도 않았던 목적지에 사뿐히 내려앉은 것은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것을 가능하도록 만든 과학과 공학기술이 자랑스럽고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비행기 기술의 발전에 대한 자부심과 고마움 뒤에 잊지말아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비행기가 창공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말없이 우직하게 돕고 있는 활주로가 있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변화의 물결은 우리의 삶을 매우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급하고 강한 변화는 소용돌이가 되어 변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로서 우리의 삶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가치산업들을 마치 유치하고 보잘 것 없는 산업인양 변방으로 밀어내고 있다. 제4차라는 표현에는 과거에 이미 3번의 산업혁명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우리말의 뜻을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은 ‘산업’이라는 단어를 ‘인간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재화(사람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모든 물건)나 서비스를 창출(없던 것을 새로 만듦)하는 생산적 기업이나 조직’을 일컫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이라는 말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혁명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뜻풀이에 비추어보면 ‘산업혁명’이란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계를 맺고 있는 생산기업이나 조직에 일어난 빠르고 강한 새로운 변화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산업혁명은 그 말뜻이 의미하고 있는 것처럼 급하거나 강렬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기술혁신의 과정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산업의 변화이다. 이런 과정에서 일어난 혁신적인 변화의 원인에 따라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1700년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인 지금으로부터 약 250여 년 전에 영국의 면직물 산업에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하면 많은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시작되었다. 실을 만드는 방적기와 천을 짜는 직조기의 발명은 그 때가지 가족중심의 소규모 가내 수공업을 기계설비를 이용한 대량생산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렇게 면직물산업에서 시작한 변화는 1800년대 후반에는 모든 산업분야를 변화시켰는데 노동을 절약시킨 기술의 혁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술혁신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로 증기기관을 꼽을 수 있으며 농업중심 사회가 공업중심 사회로 이동하는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이루어낸 기술과 생산력이 영국은 물론 유럽을 거쳐 세계로 확산 될 수 있었던 것은 철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도는 산업자본을 순환시키는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제1차 산업혁명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산업혁명의 성과가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1900년을 전후하여 일기 시작한 산업의 변화는 산업의 중심을 소비재 산업에서 생산재산업인 중화학공업으로 이동시켰다. 이 시기를 구분하여 제2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공장을 움직이는 동력과 운송수단에 전기가 사용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생산시설의 자동화도 이루어졌다. 산업전체에 영향을 미친 커다란 혁신이었다. 1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증기가 있었다면 2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전기가 있었다. 이렇게 기술혁신과 발전이 꾸준하게 이루지고 있었던 과정에 컴퓨터가 등장하였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컴퓨팅파워와 글로벌로 연결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가능해짐으로써 우리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이른바 정보기술과 산업이 결합되면서 일어난 대변화로서 디지털혁명이라고 부르는 3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던 것이다. 이제 인류는 21세기를 열어가며 다시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모바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면서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기술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지능정보혁명 또는 데이터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증기기관, 전기에너지, 컴퓨터 등은 발전된 모습으로 변화하여 현재의 산업 속에서 아직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4차 산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은 매우 다양하고 극적인 모습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며 우리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산업은 매우 광범위한 것이어서 이들의 기여가 극적으로 크고 중요하더라도 모든 산업을 영(zero)으로 만들만큼 크고 중요하지는 않다. 산업은 산업별로 각각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물 공급시설, 쓰레기 처리시설과 도로시설 등과 같은 산업이 그런 산업이다. 한 시절에는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다가 지금은 박수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 가치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기술의 발전과 혁신의 주역인 인류는 머지않아 제5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며 변화와 발전을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눈부신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결국에는 역사의 한 조각이 되어,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역사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으며 역사는 역사에 의해 존재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메달이다.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는 말은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메달리스트들로만 이뤄진 올림픽은 진정한 올림픽이 될 수 없고 올림픽메달이 빛날 수 있는 것은 메달을 얻지 못한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머지않아 23번째 동계올림픽 과정을 마무리할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메달 뒤에 반짝이고 있는 더 많은 메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메달들은 아무에게나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볼 수 있는 사람만이 메달을 볼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20180212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