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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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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예년과 다름없이
산을 오르는 것으로 새해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2일 아침, 산 어귀에 먼저 도착한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이 일이 달갑지만은 않은 연례행사가 되어가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젖은 풀과 나뭇잎,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날씨, 자욱한 안개는
하나같이 쌀쌀한 겨울아침의 추적추적한 을씨년스러움에 더해
산행을 해야 하나?는 의구심을 주었습니다.

날씨가 이런데, 왜 산을 오르라는 거지?

산길은 미끄러웠고
습기 머금은 산야는 앉을만한 자리마저 내주지 않았습니다.
짙은 안개에 갇힌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며 숨을 몰아쉬어야 했을 때는
남아있을 더 가파른 길을 걱정하곤 하였습니다.
벼랑 끝에서도 짜릿한 전율의 공포는 없었습니다.
낭떠러지의 실체가 안개에 가려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벼랑 끝에서 맛본 안온함은 무지의 선물이었습니다.
산은 통째로
안개의 마법에 걸린 듯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산행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서
안개 속을 걷다, 안개 속에서 나오며 끝났습니다.
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인내, 포기하지 않은 열정 들은 산행을 완성하는 동력이었습니다.
하산이 끝날 즈음 안개가 걷히자 한 가닥 포장도로가 드러났습니다.
침묵의 산이 비밀의 문을 한 쪽 젖혀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런 마침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2017년 1월 2일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