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나의 생각, 나의 삶
 
 
   
 
주노의 편지
2016-07-16
579
주노의 편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노(Juno)입니다.
Jupiter만을 생각하라고 붙여준 이름인데 괜찮나요?
저는 키가 4.6m, 몸무게는 3,624kg, 길이 20m 태양광전지패널 3개를 지니고 있습니다.
패널들은 매일 밥을 지어 조달해 주는 고마운 친구들이지요.
저에게는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느낄 수 있는 감각기능도 있어서
여기에 머물기로 약속 된 기간 동안 외로움을 달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침입자(harmful radiation)로부터 저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
심장(computer)과 신경망(electronics)은 두꺼운 티타늄상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저는 2011년 8월 지구를 떠나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쉼 없이 달려서
지난 7월 4일 목성 상공 4,000~7,000km 사이의 타원형궤도에 안전하게
진입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는 5일 낮 12시 53분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20개월 동안 목성 주위를 37여 차례 돌면서 이 분의 생김새를, 가능하다면
속살까지라도, 한 번 자세히, 능력껏, 살펴볼 작정입니다.
Galileo라는 분이 저보다 먼저 이곳에 와서 10여년 가까이 지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그분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차라도 한 잔 같이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겼으니 그동안의 여정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기 내려다보이는 석양빛으로 찬란한 목성은 지구에서 약 8억6400만km 떨어져
있다고 하지요. 아마도 이 거리는 두 행성의 공전궤도 간 거리인 것 같습니다.
빛의 속도로 달리면 48분이 소요되는 거리인데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데 1.3초 걸리는
것과 비교해 보면 꾀 먼 거리가 되네요.
목성의 공전주기가 12년이라서 제가 지구를 떠나 숨 가쁜 질주를 지속하고 있는 동안
지구는 다섯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냈고, 목성은 겨우 40% 공전을 끝낸 셈이네요.
약간의 스케일 감이 밀려오는군요.

사실 저는 정말 열심히 달렸거든요. 한 번 들어 보실래요?
한 찰나도 쉬지 않고 초속 17.8km 속도로 달려 5년 동안 28억km의 거리를
주파했습니다. 빛을 타고 왔다면 2시간 3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목성의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운행속도를 33분의1 수준인 초속 542m 까지
낮춰야 했었지만요. 저를 이곳까지 보내기 위해 지금까지 사용한 예산이 미화 11억 달러
(한화 1조2700억 원)라 하네요. 윤년이 한 번 있어서 총 1,826일 동안 쓴 비용입니다.
이를 초 단위, 한화로 환산해 보면 약 8,050원 입니다.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 보다
무려 1.3배 이상 되는 금액을 1초 마다 지불했네요.

제가 이렇게 환호와 갈채를 받는 오늘이 있기 까지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집단 두뇌와 미국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때문이었지요.
보도된 NASA의 연구진들의 모습이 꽤 멋져 보이더군요.
대표인물 중에 여성이 한분 보이던데, Diane Brown으로 불린다지요?
제가 이곳에 오게 된 일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모 달탐사연구단장은
“서울에서 테니스공을 던져 부산에 있는 바늘 위에 정확히 꽂은 것과 다름없다.”
‘유도·항법·제어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 이라고도 했더군요(매경 7월 6일자).
기막힌 묘사였습니다. 5년 동안 질주하여 태양계의 한 혹성 Jupiter(목성)
상공 5,000km에 도달한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은하계에는 태양계와 같은 또 다른 행성계가 100억은 족히 넘게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빛의 속도로 은하계의 한 쪽 끝에서 다른 한 쪽 끝까지 가는데 약 10만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런 은하계가 100억 개 이상 모여 우주를 이루고 있다하지요?
저의 존재감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지네요.

참! 제 얘기만 늘어놓았네요.
그곳은 6,300ton이 넘는 우주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떠돈다고들 하던데
이곳은 그곳에 비하면 청정지역 이네요.
외롭겠지만, 환경에 적응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반가운 손님이라도 조우하여 수다라도 떨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펜을 든 김에 NASA의 두뇌들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를 이 신비한 세상으로 보내주신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지만 ‘감사하다’ 말씀드리기 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 와보니 비록 우주는 넓지만 할 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부디 그곳 내부 일에 대해서도 식지 않는 열정을 기울려 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눈을 잠시 붙여야할 시간이 되었네요. 꿈속에서라도
아스라이 멀어져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부대낌이 있을지라도 사는 맛이 있는 곳,
즐거운 가족과 집이 있는 곳,
커피 한 잔 마실 여유와 서로 간 마음의 부딪힘이 있는 곳,
사람 냄새가 스며있는 곳,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운 그곳,
이젠 어느 시인처럼 별을 헤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쓸쓸히 그리워하겠습니다.
그곳에 늘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부디 안녕하십시오. 주노로부터......

PS: 부탁하신 정보는 잊지 않고 보내 드리겠습니다.
(2016년 7월 8일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