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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외침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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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비명

11월 26일 (목)
천안으로부터 남쪽 전역에 이르는 지역에 눈이 내렸습니다.
영동지방에는 이미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강의 차 익산을 향해 가는 동안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내리는 눈으로 여간 고생스러워했습니다.
주 초 즈음에 광주 지역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는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무등산 가까이 내려가는 길이라
내친김에 맘에 두었던 무등산의 억새, 입석대, 서석대를 만나고자
강의 후 전주를 거쳐 밤길로 광주에 다다랐습니다.
11월 27일 (금)
아침 일찍 짐을 꾸려 호텔 문을 나서니 간밤에 쌓인 눈이
한 뼘 정도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눈 위에 쏟아지는 반짝이는 햇살이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었지만 산을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지는 못햇습니다.
산을 오를 수 있을까? 정상까지는 갈 수는 있을까?
이런 주저는 한 조각일망정 일지도 않았습니다.
증심사주차장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측 새인봉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며
한 자를 족히 넘길 만큼 쌓인 눈을 한껏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없었던 탓 이었을 것입니다.
나무마다, 가지마다 눈이 아름답게 붙어 있었습니다.
예전 크리스마스카드를 채웠던 눈 속에 묻힌 나무들
그런 나무들로 산기슭은 감동이 있는 장관을 연출해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에 비견될만한 생애적 정취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산~~~~~~~”처럼 감탄만 있었을 뿐입니다.
20여분 쯤 올라,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바로 앞 어디에선가 도토리 한 알 떨어지며
나뭇가지를 부딪치는 작은 소리가 똑, 똑, 똑, 들렸습니다.
머리를 피할 양으로 나무를 쳐다보며 두리번거리는 순간 이었습니다.
뚝! 뚜욱!! 쫘아악!!! 하며 5미터 앞 소나무 중간이 부러져 왼쪽으로 쓰러졌습니다.
직경이 25센티미터는 될 만한
싱싱한 소나무의 파열된 근육은 파르르 떨고 정적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좀 더 많이 펼쳐 놓은 가지에
본인도 모르게 눈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조금만 곧게 서 있었더라도, 바람만 지나갔었더라도
소나무는 이런 운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들은 소나무의 슬픈 비명은
자신만을 생각하며,
주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소나무의 소홀함에서 비롯된 것일 것입니다.
(2015. 11. 27. 무등산에서)